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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Hubert Laws - The Rite of Spring [CTI, 1972] 사실 이런 식의 재즈-클래식 결합, 아니, 클래식을 재즈로 변용한 앨범들은 수도 없이 있어 왔고, 많은 경우는 민폐의 첨단을 달려가는 편인데, 어쨌든 CTI에다 50년대부터 재즈 씬을 활보했던 Hubert Laws인 만큼 타이틀 자체에는 어느 정도 신뢰를 갖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In the Beginning" 같은 무슨 에스닉함으로 승부하는 듯한 얼척없는 커버가 아니라, 상당히 멋들어진 커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앨범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메인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닌데, 그 외에 함께 다루는 곡이 포레와 바흐, 드뷔시라는 것인데, 짧은 귀의 나로서는 포레와 스트라빈스키가 한 번에 등장하는 광경은 어지간해서.. 더보기
Tartar Lamb - Sixty Metonymies [Self-financed, 2007] Tartar Lamb는 Toby Driver와, Kayo Dot의 멤버인 Mia Matsumiya가 주축이 된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앨범 제목인 "Sixty Metonymies" 의 'metonymy' 를 환유, 식으로 해석한다면, 이미 이 앨범의 방향의 상당한 부분을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Lacan을 좋아하지 않지만)Lacan 식으로 환유를 얘기할 때, 대충 이는 인접성을 갖는 기표들의 연쇄일 것이다. 이미 "Choirs of the Eye" 이후에, Driver는 그의 솔로 앨범이나("Library Loft") Kayo Dot의 두 번째 앨범인 "Dowsing Anemine with Copper Tongue" 에서 명확한 구성을 배제하는 작풍을 보.. 더보기
Ô Paradis - El Juego Negro [Autre Que, 2005] 이들을 처음 알게 된 건 지금은 업데이트를 멈춘 웹진인 Funprox에서였는데, 그 리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밴드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이 EP 앨범을 낸 Autre Que 레이블이 나름 이름 있던 프랑스 네오포크 웹진이었던 Heimdallr의 운영진 중 둘이 합심해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건 사실 드문 경우는 아닌데, 어쨌든 이런 건 나름대로 음악을 들어 온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 봤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 '각별한' 레이블의 첫 작품은 아주 신중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뭐, 이 정도의 생각이 당시로서는 알지도 못하던 이 카탈로니아 출신 뮤지션 - 실질적으로 Ô Paradis는 Demian Recio의 프로젝트이다 - 앨범을(그것도 EP를) 구.. 더보기
Autopsia - The Berlin Requiem [Old Europa Cafe, 2006] Autopsia 같은 아티스트에 대해 얘기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랜 기간 - 이들은 70년대부터 활동해 왔다 - 동안, 사실 이들은 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고, 본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 결과물들은 - 문학, 영상, 음악, 미술 등 분야를 불문하고 - 맥락상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까, 이 앨범을 만일 '창작자의 의도를 분명히 감안하여' 얘기하려 한다면 이 앨범만으로는 아마 부족할 것이나, 그건 내 능력 밖이기도 하고(나는 Autopsia의 앨범 두 장 외에는, 다른 작품은 - 웹상에 올려져 있는 정도를 제외하면 - 접한 바가 없다), 어쨌거나 나에게 '아티스트' Autopsia는 뮤지션의 의미로 더 가깝게 다가오니(사실 대부분 그러할 것이라 생각.. 더보기
Hawkwind - The Elf & The Hawk [Black Widow, 1998] Hawkwind야 설명이 필요없는 밴드이겠지만, 소위 '스페이스 록' 이라는 단어로 불림에도 그 스타일은 사실 상당히 다채로운데다, 거의 40여 년을 활동하면서 엄청난 양의 앨범을 발매해 놓은 탓에(물론 그 대부분이 편집 앨범이나 라이브 앨범 등이기는 하다) 그 궤적을 따라가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밴드일 것이다. 밴드의 매스터마인드인 Dave Brock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멤버가 교체되어 왔다는 점도 아무래도 이런 면모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 점도 있고, 확실히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Pink Floyd보다는 블루스의 맛이 약한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내게는 꼭 익숙한 밴드는 아니었다. 이 밴드에는 Motorhead의 Lemmy도, Amon Du.. 더보기
Arbeit - Zum Einem Neuen Licht [Autumn Winds, 2007] 아우슈비츠의 정문에 있었던 Rudolf Hoss의 좌우명 'Arbeit Macht Frei'(즉, 노동이 자유를 만든다) 때문인지, 인생에 알바 경력도 별로 없지만 이 Arbeit라는 단어는 꽤 익숙한 편이다. 물론 이 장르의 팬이라면 이런 식의 이미지가 밴드의 정치적 스탠스와는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사실 이들은 독일 출신도 아니다. Greg L. 이라는 프랑스 뮤지션의 원맨 프로젝트이니 그런 혐의는 아무래도 좀 덜 받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전쟁, 특히 2차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martial industrial이라는 장르에서 2차대전 만큼 풍요로운 소재의 보고도 없을 것이다. 굳이 정치성을 물고 늘어지려는 사람에게.. 더보기
Un Défi d'Honneur - Verdun 1916 [Vrihaspati, 2007] 1916년은 1차대전 당시 러시아와 독일이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전력을 서부 전선에 집중했던 때라고 한다. 사실 저 시기가 유럽인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잘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유쾌한 시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때는 1차대전 와중이었고, 서구권의 입장에서는 러시아 전선에 투입되었을 병력들이 죄 프랑스 등의 전선으로 투입되었을 테니, 러시아 쪽에서 흘리게 될 피를 그 쪽에서 한꺼번에 흘리게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이런 소재에서 정치적 함의를 굳이 찾아내려는 것도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앨범은 martial industrial 앨범이고, 이 밴드가 사실 A Challenge of Honour의 Peter Savelkoul의 프로젝.. 더보기
Various Artists - The Garden of Forking Paths [Important, 2008] 일단 앨범 제목을 잠깐 눈여겨 보자. "The Garden of Forking Paths" 물론 보르헤스의 단편("픽션들" 에 수록된 단편을 참고할 것) 이름이다. 사실 이 이름 모를 밴드들의 연주곡만이 수록되어 있는 컴필레이션을 사게 하는 건 그게 가장 클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두 번째 곡을 연주한 James Blackshaw가 이 앨범의 기획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James가 다른 네 명의 뮤지션들을 끌어들여서 자신의 기획을 실현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미국 인디의 팬 정도로 알려진 James의 모습을 생각할 때 이런 기획은 조금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은 그럼 어떻게 구현되었는가? 아니면 저런 제목은.. 더보기
Universal Totem Orchestra - Rituale Alieno [Black Widow, 1999] Universal Totem Orchestra는 통상 Magma 스타일의, 'zeuhl' 음악을 하는 이탈리아 밴드라고 얘기되고, 사실 분명히 'zeuhl' 음악이기는 하지만, 뭔가 그렇게 말하기에는 껄끄러운 부분이 꽤 많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확실히 'zeuhl' 스타일이라고 말할 만한 곡은 - 후술하는 대로 - 하나 뿐이다. 그러니 좋게 얘기하면 이들은 Magma의 클론 밴드가 되기에는 많이 독창적인 밴드일 것이다. 사실 이 밴드의 주축이 되는 Runaway Totem의 멤버들은 이미 "Zed" 등의 앨범에서 Magma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면서도 이를 뒤트는 모습들을 보여 준 바 있었는데, 그 세 명이 여러 게스트들을 끌어들여 만든 UTO는 더하다. 그.. 더보기
Thomas Nöla et son Orchestre - The Rose-Tinted Monocle [Eskimo Films, 2008] 내가 이들을 알게 된 것은 "Vanity is a Sin" 때문이었는데, AIT! 와 함께 Punch 레코드에서 앨범이 나오는데, 워낙에 갖가지 장르들을 혼성모방하던 AIT! 의 음악이 독특했던 탓에 이들에게도 관심이 갔었을 것이다. 사실 Punch는 (원래 이런 군소 레이블 특유의 일관성이라는 게 있듯이)내놓는 음악들이 묘한 성적 페티쉬와 통하고 있는지라, 블랙 유머를 섞어내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그리 강력한 사운드를 사용하진 않지만)상당히 잔혹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뒤늦게 듣게 된 전작 "So Long, Lale Andersen" 은 거의 Nick Cave를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의, 익숙하지만 음습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면모가 있었다. 매우 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