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

소비에의 강박 유럽에 2주 정도 갔다 올 기회가 있었다. 피렌체에 하루를 머물게 되었는데, 초행길이었고 별다른 준비가 없었던지라 오랜 세월을 버텨 온 그래도 꽤 복잡해 보이는 피렌체의 골목을 혼자 돌아다닐 엄두는 나지 않았던지라 일행을 따라다니다 보니 가게 된 곳이 피렌체의 가죽 시장이었다. 대략 8명 정도였던 우리 일행은 그 때부터 나를 제외하고는 여기저기 매장을 활보하면서 피렌체의 가죽 제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베네치아가 유리 세공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피렌체는 가죽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거의 두 시간 반 가량의 쇼핑 이후, 역시 나를 제외한 일행들의 손에는 이런 저런 가방들로 가득했다. 친구, 아내, 또는 자기 것 등으로 여섯 개의 가방을 들고 웃음짓는 얼굴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 더보기
방담 20120101 1. 격조하기 싫었는데 꼭 그런 게 내 마음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한가할 것 같은 시기에도 그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보통은 '의지의 문제' 라는 식으로 말을 돌리는 것을 싫어하지만, 내 일신의 경우에는 그것도 꽤 일리 있는 얘기일 것 같아 오늘도 입이 마른다. 2. 한 살이 또 늘었다. 뭐 나만 먹는 나이는 아니기에 그러려니 생각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이 살며시 아쉽기도 하면서, 앞으로의 시간이 어깨 위의 무게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하긴 생각해 보면 앞으로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당면한 과제들도 있으니 그것도 참 골치 아플 일이다. 그리고 입이 마르는 것도 아직까지는 작년과 똑같으니까 문제다. 그래도 어쨌든 혼자서 보낸 연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시간이었노라고.. 더보기
Some Songs for Christmas 이거 어떤 놈이 만든 건지... 잘 만들기는 했다. 크리스마스는 뭐... 좋은 날이다. 신자가 아닌 다음에야 영적인 의미 같은 걸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리에 인파가 들끓는 휴일인 셈인데, 과연 오늘의 주인공이 훗날, 자신의 생일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짐작이나 하실 수 있었으려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했을 것이지만, 짐작했을지언정 좋아하셨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사실 즐거운 날이다. 이유야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사실, 그 정도 이유는 생각해 보면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이미 크리스마스가 지났는데 이런 글을 올리고 있을까, 허 참... King Diamond - C.. 더보기
Black Metal Horde 많은 경우에, 블랙메틀에서 'horde' 라는 단어는 '밴드' 라는 용어 대신에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이건 용어의 본래적 의미에 따른 것은 아닐 것이다. 원맨 밴드의 경우에도 'hordes' 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용어가, 더 많은 경우, 폭력성/야만성 내지는 남성성의 메타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쉬이 알 수 있을 일이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운 점은, 언제부터 이 '씬' 에 속해 있는 친구들이 자기들을 'horde' 라고 칭하게 되었는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horde' 가 이런 모습을 띠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실 이 또한 불확실할 것이다. 'horde' 는 본래 터키어 단어로, 왕이 거주하는 곳, 또는 천막(유목 민족의 용어라고 생각하면 .. 더보기
Les Légions Noires, 횡설수설 항상 신경쓰지 않으면 주변의 공간이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는 스타일인지라 정기적인 정돈은 필수적이다. 물론 그 대부분은 음반들이다(뭐 판돌이가 별 수 있겠나). 그러다 보면 참 괴이한 뮤지션들이 많았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Les Légions Noires 출신 밴드들의 앨범들을 한 곳에 정리하면서 문득 생각한 점인데(물론 다들 공감할 만한 사실이다), 이 친구들, 참 이름 한 번 괴팍하게들 지었다는 것이다. Dzlvarv, Moëvöt, Vzaéurvbtre, Vrepyambhre 등. 나야 외국어에는 영 재능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게 불어 이름이 아니라는 정도는 충분히 직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Vlad Tepes 같은 밴드들이 참 점잖게 이름을 붙였던 셈이다. 물론 다들 음악은 .. 더보기
Art Terrorism 사조는 돌고 도는 것이라 했던가. 사실 지금은 데카당스의 시기도, 이성에 대한 신뢰도 드높은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성이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 물론 이것도 후대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미래파들은 사실 가장 순진했을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은 특정 정치 이념과 연관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마리네티와 마야코프스키는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른 인물이다 - . 그렇지만 그들이 적어도 표면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와닿는 바가 있었고, 어쨌든 현대인들은 발전한 과학 기술의 과실들을 따 먹고 살고 있으니 그에 대한 삐딱한 시각이 예나 지금이나, 존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기술에 한정된 시각은 아닐 것이고, 더욱 널찍하게 펼쳐진 시각일 수 있다. 나는 이 시대에 아직.. 더보기
Steve Jobs, 이데올로기 사람이 죽는 것은 분명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상이라는 말은 사실 꽤나 기만적으로 느껴지는 바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창 나이에 병으로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면,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지금은 Steve Jobs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일반적인 백만장자였다면 지금의 추모 열기도 아마도 없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Jobs가 생전에 얘기했던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피상적으로 접한 부분에 있어 뭔가를 느꼈던 경우도 사실 거의 없다. 가장 명징했던 느낌이라면 이런 정도일 것이다. 근래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거의 없는 사람들 중 하나이고, iPhone 새 모델이 나온다더라 하는 등의 소식에 가장 .. 더보기
R.I.P. Bert Jansch Steve Jobs가 세상을 떠났다고 추모 물결이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일고 있는 모양이지만, 스마트폰은 커녕 mp3 플레이어도 잘 쓰지 않는 나로서는 사실 그리 와닿는 사건은 아니다. Bert Jansch가 또한 5일 세상을 떠났다는 건 그보다는 확실히 덜 알려졌다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근래의 가장 아쉬운 부고기사는 Bert의 것이었다. 사실 요새 Pentangle과 Bert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브리티쉬 포크라면 Fairport Convention과 Pentangle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John Renbourne과 Bert Jansch의 기타는 고색창연하면서도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좋은 예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Cr.. 더보기
Some albums about Autumn 7개월만에 집에 온 것 같은데... 일상은 뭐 그리 달라지는 건 없다. 하긴 누구나 팍팍하게 사는 세상에 찾아온 명절이기는 하다. 어쨌든 추석이라니 이젠 그래도 가을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든다. 가을이라고 간만에 집에 와서 찾아 듣는다는 게 다 이런 식이니 뭔가 문제가 있다 싶기는 하다만. Drudkh - Autumn Aurora Drudkh는 이제는 이런 류의 'slavonic heathen metal' 중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밴드가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히 잘 알려진 앨범이기도 하고, 사실 이들의 스타일은 벌써 "Forgotten Legends" 에서 정립되었으니 이제 와서 특별히 말하기는 어려운 앨범이기도 할 것이다. 어쿠스틱/퍼즈 강한 일렉트릭 기타가 맞물리면서 들어가는 포크 바이브.. 더보기
R.I.P. Conrad Schnitzler 원래 난 크라우트록, 그 중에서도 Tangerine Dream의 팬은 못 되는 편이다. 물론 그게 "Electronic Meditation" 때문은 절대 아님은 미리 밝혀 두고... 말하자면 나는 "Zeit" 이후의 이들의 앰비언트식 작풍에는 그리 호감이 없다. Klaus Schulze를 꽤 좋아한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웃기는 일이기도 한데, 어쨌든 Tangerine Dream은 Edgar Froese의 밴드였다. Conrad Schnitzler는 그 "Electronic Meditation" 을 만들고 밴드를 떠났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아마도 '스페이스 록' 식의 표현을 들었던 가장 선구적인 밴드의 하나였던 - 즉, Kosmische Musik - Kluster가 있었다. Conrad Schnit.. 더보기